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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존엄사 허용 논의에 대한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입장문
» 작성자 : 사무국 » 작성일 : 2022-06-21 » 조회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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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질 높은 생애 말기 돌봄이 선행되어야 한다.

  

 

□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사장 이경희)는 최근 의사조력자살의 허용을 골자로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발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의 입장을 표명한다.
 
□ 인간은 누구나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과정이 외롭지 않고 편안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은 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전인적인 호스피스 돌봄은 연명의료의 중단 혹은 보류를 선택한 국민의 존엄한 생애말기와 임종기 돌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법제정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호스피스 돌봄의 이용이 가능한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에 국한되고 있다.
 
□ 이조차 인프라의 부족으로 대상이 되는 환자 중 21.3%만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못한 진료환경에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절차는 연명의료 미시행의 법적 근거를 남기는 문서 작성 이상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 법 시행 전 국회와 정부가 약속하였던 존엄한 돌봄의 근간이 되는 호스피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 비암성질환의 말기 돌봄에 관한 관심, 돌봄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제도의 정비 등은 제자리걸음 그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거쳐오며 말기 환자 돌봄의 현장은 더욱 악화되었다.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 88곳 가운데 21곳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휴업했다. 나머지 기관도 방역을 이유로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되어 환자들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이제 사회의 일상 회복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호스피스 기관들의 복구는 더디고. 고질적인 인력 및 재정문제로 기관폐쇄를 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
 
□ 이러한 시점에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한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법안의 요지는 의사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지원하고 감시하는 데 무관심했던 국회가 다시 한번 의지없는 약속을 전제로 자살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우리나라에는 매년 30여만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임종하고 있다. 고통은 환자를 넘어 가족에까지 이른다. 간병 살인, 환자와 가족의 동반자살, 아버지의 간병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청년 등 안타까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왜 이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한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자살률 세계 1위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의사조력자살의 법적인 허용은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 역시 내포하고 있다.
 
□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질높은 생애말기 돌봄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 말기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존엄한 생애말기 돌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관심과 지원을 늘려야 한다.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소극적인 채 시도되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국회와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요구한다.

 

 
2022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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